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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항 폭발사고… SK인천석유화학 안전성 논란 또 수면 위 에 대한 상세정보
톈진항 폭발사고… SK인천석유화학 안전성 논란 또 수면 위
작성자 소방안전과 등록일 2015.08.31
톈진항 폭발사고… SK인천석유화학 안전성 논란 또 수면 위
 
- 대책위, “1급 발암물질 취급 공장이 초등학교와 불과 188m”
- 제3기관 ‘안심’ 평가에도 논란 지속… 지역 주민 거센 반발
- SK임원 포함된 학회에서 안전성 평가… 주민들 “신뢰 못해”
 
이재홍 기자 기사입력  2015/08/25 [10:06]
 
 
 

[FPN 이재홍 기자] = 지난 12일 중국 톈진항 화학물질 창고에서 114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되는 대형폭발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SK인천석유화학 공장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 끊이지 않는 논란
인천에서 파라자일렌 공장과 관련된 논란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 국제도시로 개발된 청라지구 인근에 지난 2013년부터 화학물질 취급 공장 증설이 추진되며 SK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당시 SK 측은 “이미 1989년에 인천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부지”라며 “화학공장 부지가 먼저 조성되고 이후 청라지구가 입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1990년대 환경영향평가도 받았으며 화학물질 배출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주거 단지가 조성되지 않은 시기에 받았던 환경영향평가가 무슨 의미냐”며 반발했다.

 

주민들의 집회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거세지자 인천시는 2013년 10월 직접 감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12월 5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은 서구청에 공작물 17기와 제조시설 5,092㎡, 부대시설 32,899㎡를 누락 신고했으며 2006년 2분기 ~ 2008년 3분기, 2010년 2분기 ~ 2012년 2분기에는 사후환경영향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관할 구청인 인천 서구청 역시 SK인천석유화학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변경과 승인신청 등을 허가해준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안심’ 평가내린 제3기관… 그 곳엔 SK임원이?

2013년 8월 인천시 환경위해성 검증단은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에 대해 제3기관의 안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시 의회는 서구청과 서구의회, SK인천석유화학의 공동 발주로 안전 검증을 위한 기관 선정에 나섰다.

 

그러나 안전 검증을 수행할 기관이 선정되기까지도 오랜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최초 선정됐던 기관이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올해 3월에서야 한국위험물학회(회장 김병열)가 제3검증기관으로 선정됐고 그 사이 2014년 7월부터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공장은 가동에 들어갔다. 

 

이후 SK인천석유화학은 한국위험물학회로부터 약 3개월간 파라자일렌 공장에 대한 안전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안전 검증을 수행한 제3기관의 평가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15일 한국위험물학회는 인천 서구청 청소년수련관에서 주민 설명회를 통해 SK인천석유화학 신설 공장에 대한 안전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위험물학회 관계자는 “3개월간 SK인천석유화학이 운영하고 있는 비상대응 매뉴얼과 비상설비 등에 대해 검토한 결과 국내외 타 공장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며 “최악의 누출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주변 지역에 영향이 없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관계자는 이어 “다만 주민 대피상황에서 인천 서구청과 SK인천석유화학 간의 매뉴얼이 연계돼 있지 않아 만일에 대비한 주민 대피 시스템 구축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SK인천석유화학 측은 “이번 제3검증기관의 발표가 주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학회가 권고한 사항에 대해서는 서구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 서구지역 주민들은 이 같은 검증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검증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SK반대 범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비롯한 8개 단체는 “이번 안전 검증에는 주민이나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모두 빠졌다”며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대책위는 “한국위험물학회에는 정유사와 석유화학공장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며 “SK 관계자 2명도 학회 임원으로 등재된 곳으로서 선정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에 위치한 학회, 연세대와 MOU 체결한 SK

제3기관 검증 결과에 대한 신뢰성 의혹은 또 다른 부분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6월 8일 SK인천석유화학은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글로벌혁신 아카데미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논란은 SK인천석유화학이 지역사회 공헌사업의 일환이라며 체결한 MOU 상대가 연세대학교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안전 검증을 수행하고 있던 한국위험물학회의 사무국이 연세대학교에 소재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교수도 직접 검증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MOU가 체결된 6월 8일은 아직 안전 검증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라는 것도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한국위험물학회의 검증은 6월 12일 종료됐으며 주민 설명회는 그 보다 한 달 이상이 더 지난 7월 15일에야 이뤄졌다.

 

잇따른 중국발 사고… 주민 불안 커져
주민들의 불안은 지난 4월 6일 중국 푸젠성에서 발생한 파라자일렌 공장 폭발사고를 접하며 더욱 고조됐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시 사고로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인근 주민 3만여 명이 불꽃과 굉음에 놀라 긴급대피했다. 중국 당국은 공장 설비에서 유출된 기름에 불이 붙으며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화학물질 감시 인천네트워크(이하 인천네트워크)는 4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푸젠성 파라자일렌 공장 폭발사고를 근거로 더 이상 주택가 근처에 화학공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천네트워크는 또 “연간 80만t의 생산 시설을 갖춘 공장의 폭발도 엄청났는데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130만t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SK인천석유화학 역시 지난 2011년 4월 26일 화재가 발생한 전력이 있고 2014년 7월에는 나프타 누출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지난 1월 7일 인천시청 기자 브리핑룸에서 열린 화학물질 감시 인천네트워크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SK인천석유화학에 대한 시민 대기 모니터링 결과가 발표됐다.     © 화학물질 감시 인천네트워크 제공

 

여기에 지난 12일 발생한 중국 톈진항 폭발 사고는 다소 잠잠해지던 안전성 논란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지역 주민들은 SK 최태원 회장의 출소 전날인 13일 의정부 교도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글로벌 소비자네트워크 시민단체 대표들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톈진항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주거지에 근접한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로 인근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장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은 벤젠과 톨루엔 등을 발생시키는 파라자일렌 공장을 증설하면서도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 불과 188m 내 초등학교가 인접하는 등 주변 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은 또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파라자일렌 취급 공장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동절기와 하절기 등 최소 1년 이상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해야 함에도 SK 측은 3개월간 형식적인 평가만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SK는 파라자일렌 공장 가동을 즉시 중단하고 화학물질관리법에 의거해 사고 시나리오와 위험성 분석 장외영향평가서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며 “제2의 톈진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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