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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오피스텔 화재로 4명 사망 100여명 부상… 문제는?에 대한 상세정보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로 4명 사망 100여명 부상… 문제는?
작성자 소방안전과 등록일 2015.01.12
(종합)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로 4명 사망 100여명 부상… 문제는?
 
- 건물 간 좁은 이격거리와 인화성 외장재가 피해 키워
- 소화설비 사각지대, 10층 이하는 설치 의무조차 없어
- 6분만에 도착한 소방, 진압·구조활동 막은 취약한 환경
 
최영 기자 기사입력  2015/01/11 [02:36]
 
 
 
▲  헬기에서 바라본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10일 오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숨지는 등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오전 9시 27분경 의정부시 의정부동 평화로 부근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이날 화재는 바로 옆 10층짜리 드림타운(오피스텔)과 해뜨는마을 아파트로 옮겨 붙어 피해를 키웠다.

사고 직후 소방은 헬기 5대 등 총 124대의 장비와 526명의 소방관을 투입해 화마와의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진입로가 좁고 지하철 철로가 건물 뒤편에 위치해 있어 진화와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화재 이후 2시간 가량 지난 11시 44분경 불길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이 화재로 현재까지 안현순씨(여, 68)와 이광혁씨(남, 44), 한경진씨(여, 26), 윤효정(여, 29)씨 등 4명이 숨졌으며 100여명의 부상자는 연기를 흡입하거나 화재 당시 건물에서 뛰어내려 골절상 등을 입은 상태다. 부상자들은 일부 치료를 받고 돌아가거나 의정부와 서울지역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최초 경찰과 소방은 대봉그린아파트 1층 우편함 부근에서 화재가 시작돼 주차장 내 차량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했었지만 오후 늦게 경찰이 CCTV에서 오피스텔 1층 주차장에 있던 오토바이에서 불이 시작된 것을 확인했다.

이 CCTV에는 소유주 A씨가 오토바이를 잠시 만지다가 위층으로 올라간 후 불이 붙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소유주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방은 이날 발생한 불이 건물 벽면 등을 타고 급격하게 확산됐고 계단 통로를 따라 상층부로 순식간에 버진 연기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삽시간에 ‘활활’ … 피해 키운 근본적인 문제는?


불쏘시개 인화성 마감재 = 이날 불은 1층에서 최초 발생했다. 주차장을 시작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불은 순식간에 건축물 외장재를 타고 상부와 옆 건물로 번졌다. 드라이비트라는 화재에 취약한 마감재가 적용된 탓이라는 지적이다.

드라이비트는 건축물 외벽 마감재 중 하나로 불연자재 마감재에 비해 단가가 낮고 시공이 간편하다. 단열성과 방수성도 뛰어나 시공과 디자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건축물 외장재로 상당수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가진 외장재다.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 골든스위트 화재 시 연소 확대의 주 원인으로 꼽힌 알루미늄복합패널과 겉 재질이 조금 다를 뿐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채워져 있는 특성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번 사고 역시 이러한 화재 취약 자재가 적용돼 있어 화마를 키웠다.

문제는 이러한 외장재가 초고층 건축물을 제외한 다른 건축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보니 상당수 건축물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난 2012년 가천대학교 소방방재공학과 민세홍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강남 역삼동 일대 769개소의 건축물 중 일루미늄복합판넬이나 드라이비트, 메탈판넬 등 화재 취약 외장재를 적용한 곳이 무려 256개소(33%)에 이를 정도였다. 서울 중심 강남 지역만해도 10곳의 건축물 중 3곳 이상이 이러한 가연성 외장재가 적용된 셈이다.

건축물 외장재 화재의 경우 급격한 화재 성상으로 순식간에 불이 확산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에 외장재에 대한 규제 또는 초기 소화설비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좁디좁은 건물 이격거리 =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이격거리가 약 1미터~1.5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초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불이 확산되자 화재에 취약한 외장재를 타고 옆 건물로 번져 나갔다. 건물 간의 좁은 이격거리가 화마를 연결시키는 주 원인이 된 것이다.
 


최초 화재가 발생한 대봉그린아파트는 이름과 달리 오피스텔로 허가받은 건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은 관련법상 이격거리가 건축물끼리 1m 만 떨어져도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태생부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러한 오피스텔의 좁은 이격거리에 대한 규정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위험성을 고려해 외장재에 대한 규제라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위험성은 큰데 소화설비는 없어= 화재 발생 오피스텔이 소화설비 사각지대에 놓인 10층 이하 건물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봉그린아파트(오피스텔)와 드림타운(오피스텔) 이 두 건물은 소방시설 중 소화설비에 속하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현행법상 11층 이상일 경우에만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단 한 층이 모자랐던 것으로 소화설비를 갖추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정도 규모의 건축물이라도 위험성을 고려해 소화설비를 갖추도록 관련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률적인 강화가 어렵다면 건축물 외장재의 불연성 여부나 건축물의 주변 환경적 위험 특성에 따라 소화설비를 갖추도록 관련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약한 주변 환경이 소방활동 막아 = 이날 화재 현장은 한마디로 ‘아비규환’ 이었다. 이날 소방은 오전 9시 27분경 최초 화재신고를 받고 9시 33분 경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약 6분 만에 도착했지만 주변에 즐비한 차량 등 환경 때문에 화재진압과 구조작업은 쉽지가 않았다. 또 오피스텔 바로 뒤 쪽에 위치한 철도 선로는 소방차량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소방활동에 제약을 준 환경적인 문제도 인명피해를 키운 큰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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