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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 날 특집] 재난대응체계 확립 위해선 소방 국가직화 반드시 이뤄져야에 대한 상세정보
[소방의 날 특집] 재난대응체계 확립 위해선 소방 국가직화 반드시 이뤄져야
작성자 소방안전과 등록일 2014.11.19

정부의 대대적인 재난대응조직 개편방향이 확정되면서 육상 재난을 총괄하는 소방조직 내부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그토록 외쳤던 국가직화 조치가 결국에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사고초기 인명구조에 실패한 정부 재난대응체계의 무능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문적인 대응자원의 신속한 투입이 이뤄지지 못했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도 없었다. 현장 경험 없는 행정관료 중심의 ‘컨트롤타워’도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 중심의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대두됐던 가장 큰 이유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정부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엉성한 대한민국의 재난관리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육상재난을 맡고 있는 ‘소방’과 해상 재난을 맡고 있는 ‘해경’의 조직 체계를 바꾸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해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박 대통령의 발표 이후 육상재난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소방조직 내부에서는 사고 직후부터 수개월간 1인 시위와 청원운동을 펼치는 등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 필요성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제2의 세월호 사고 방지를 위한 재난대응조직 내 자성의 목소리이자 국가를 위한 충정의 발현이었다.

이번 세월호 사고 이후에 이뤄지는 정부조직개편은 잘못된 소방조직의 체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전국의 소방공무원들도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조직개편과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의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조직개편을 코 앞에 두고 소방공무원의 국화직화 논의는 차후로 미뤘다. “앞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는 표면적인 의지만을 보였을 뿐이다. 4만 여 소방공무원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소방공무원들은 그동안 이원화된 신분체계와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불구하고 모든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루에도 9천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에 뛰어드는 그들은 연간 3백만 건에 이르는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이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 일원화를 외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도의 경계를 초월한 재난의 양상과 시도 재정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재의 소방조직 체제로는 효율적인 재난대응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필요한 명확한 이유가 있음에도 이번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난대응체계를 보다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언젠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하는 국가적 과제다.

본지(FPN)는 11월 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필요성에 대해 재조명한다.

소방 문제의 근원지는 ‘신분체계’
▲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에도 소방공무원들은 최일선에서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구조활동을 펼쳤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잘사는 지역의 국민은 안전하고 못사는 지역 국민은 위험하다” 안전에 있어 ‘부익부 빈익빈’현상까지 나타나는 소방서비스는 소방공무원에게는 안타까우면서도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별 편차를 보이는 재정과 인력은 소방공무원의 안전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에는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받고 소방공무원들 또한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와 소방공무원의 근무여건, 소방장비의 노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하지만 개선 기미조차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원화된 신분체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소방조직은 322명의 국가직과 38,197명의 지방직 공무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정부의 조직부서는 소방업무를 단순한 지방업무로 보고 있고 지자체의 소극적인 재정지원은 소방인력 부족 현상을 10여 년 이상 해결해주지 못했다.

2만여 명 넘게 부족한 인력은 3교대조차 실시하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만들었고 당연히 지급받아야 하는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금액은 1,739억 원에 이를 정도다.

특히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을 누비는 소방차의 21.2%는 내용연수를 넘긴 상태로 사용되고 있으며 개인안전장비도 보유기준 대비 4.5%가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개인장비도 16.5%가 노후돼 일선의 소방공무원들은 사비를 들이면서 장비를 갖추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연평균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25명이 부상을 입는 등 소방공무원들의 안전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 2001년 3월 4일 홍제동 화재 현장에 출동했을 때에는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진입이 어려웠던 화재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면서 7명의 소방공무원들이 매몰됐었다. 이 사고로 6명의 소방공무원이 희생돼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러한 노후장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9,6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입되는 지방비는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고 국고지원 또한 제한적이어서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직으로 구성된 소방공무원의 신분 구조 체계는 시도별 재정 여건과 자치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좌우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소방사무, ‘지방사무 개념’ 벗어난지 오래

지난 1991년 이후 소방사무를 규정하는 법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1년 2개 법률로 규정하던 소방사무의 국가사무 비중은 15.4%에서 2012년 11개 법률로 48.5%로 증가했다. 국가와 지방사무로 분류하면 80.7% 수준이다.
▲ 지난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 당시에는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을 찾아 화재와 사투를 벌이며 구조활동을 벌였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반면 자치사무 비중은 25.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2년 광역소방체제로 전환한 이후 소방사무의 국가사무 비중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법률 뿐 아니라 재난의 양상에서도 소방사무의 유형은 명확히 나타난다. 소방의 역할은 과거 전통적 화재진압에서 구조와 구급, 생활안전, 화학, 원전, 특수사고 등 모든 재난의 핵심으로 확장됐다.
▲ 지난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 파견된 우리나라 중앙119구조단의 모습. 소방은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의 재난 현장에도 투입되는 등 날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자료사진
또 최근에는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재난이 발생하고 건물붕괴와 화학물질누출, 유독가스 발생 등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재난에서는 지역적인 특성을 넘어 국가적 수준의 대응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조직관련 부처 등 일각에서 지방자치법상 소방사무가 지방사무라는 이유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며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반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논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소방조직의 현황만 보더라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2009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소방기본법에서도 소방업무를 국가와 지자체의 공동책임으로 규정했지만 소방재정과 인력의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열악한 소방조직 문제의 근원지는 소방사무를 국가사무가 아닌 지방사무로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소방조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사무의 틀을 넘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국가적인 대규모 재난 사태 또한 지방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가와 국민 모두가 알아야만 한다.

현장중심 재난관리의 답은 ‘국가직화’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화 필요성을 외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같은 제복을 입은 소방공무원 중에서도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신분체계는 국가적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원활한 지휘통솔을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현장에서의 조직 운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난현장으로의 신속한 출동과 현장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휘자의 경험적 판단이 중요하고 출동대원의 효율적인 운용도 필요하다. 인명을 구조하는 이러한 긴박한 현장에서는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피해 규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수의 현장경험을 가진 지휘자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대원을 배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원화된 소방조직으로는 재난 발생 시 효율적인 대응 보다는 소속 조직에 대한 ‘보고’가 우선되는 고질적 병폐를 겪고 있다.

재난현장에서 대응하는 소방조직은 항상 책임을 등에 얹고 있으면서도 지휘와 명령, 권한을 지자체장이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는 꼴이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향후 만들어질 국민안전처 내 중앙소방본부장은 소방조직 내 최고 수장으로 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 조직 내 신분의 구조적 변화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또다시 시도지사의 지휘를 이중으로 받게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소방방재청이라는 청단위의 중앙조직이 2004년 개청된 이후에도 각 지자체장으로부터 지휘를 함께 받아온 소방조직은 과거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분산된 지휘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길은 정부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독립된 지휘체계를 구축해 주는 것 뿐이다. 이를 통해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로 전환하도록 그들의 진정성을 인정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육상에서도 발생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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